지금 정독도서관이 있는 자리는 조선시대에 궁궐의 과수원, 장원서(掌苑署)였다. 그래서일까, 누구 키가 더 큰지 내기하는 아이들마냥 온갖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졌다. 그 중에서도 단연 명물로 꼽히는 것이 300살 넘은 회화나무. 액운을 쫓는다 하여 상서롭게 여겨진 나무다. 8월 초에 조그맣고 흰 꽃이 조롱조롱 달리는데, 아카시아와 꼭 닮은 달콤한 향기는 바람을 타고 멀리도 날아간다. 울창하게 우거진 잎이 초록색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 밑 공터에 대형 해먹, ‘정독 테라피’가 생겼다. 흰색 철제 프레임이 마치 책을 펼쳐놓은 듯 비스듬하게 펼쳐져 있고, 밧줄로 엮은 그물이 프레임을 빈틈없이 감싼다. 조심스럽게 뒤로 누우면 기다렸다는 듯 등을 안아오는 해먹. 위를 올려다보면 어서 자라며 나무가 잎사귀를 살랑살랑 흔든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지만, 해먹이 설치되기 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다는 사람이 대다수다. 왕들의 땀을 식혀주었을 그늘 밑에서 잠들면, 수백 년 전 서울의 꿈을 꿀지도 모른다.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법정 공휴일에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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