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은 개성 넘치는 카페와 식당이 주택가 사이사이에 숨어있어 골목을 느긋하게 탐험하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가게들은 세련되거나 웅장하진 않지만 저마다 감성이 뚜렷해 시선을 잡아끈다. 건물 외관의 빨간색이 눈길을 사로잡는 비바쌀롱은 이런 망원동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카페다. 대여섯 평 남짓한 공간은 눈길 닿는 곳마다 인형과 아기자기한 잡화로 가득해 마치 인형 모으기를 즐기는 친구의 집에 초대받은 듯 아늑하다. 디즈니의 정품 캐릭터 인형과 마리오 피규어, 아이언맨 굿즈는 물론, 키치한 디자인의 코카콜라 디자인 상품이 가득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게 된다.
잡화점은 잡다한 물건을 파는 가게다. 주인장의 취향에 따라 취급하는 물건도 천차만별이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게 되는 것이 매력이다. 최근 1, 2년간 서울에도 우후죽순처럼 잡화점이 생겨났지만, 대부분이 엇비슷한 중국산 제품을 판다. 이런 공장제 소품에 식상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곳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망원동의 골목에 숨어 있는 이 가게는 알록달록한 깔개와 포크, 찻잔 같은 생활용품부터 스노우볼이나 손가락 인형 같은 장식품으로 가득하다. 프랑스, 일본, 티벳과 중국,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지인들을 통해 어렵사리 공수받은 소품들은 척 보기에도 구하기 위해 상당히 발품을 팔았을 것 같은 ‘레어템’. 마녀와 동물, 유리 세공품을 좋아하는 주인장의 기호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아담한 가게가 즐비한 망원동을 걷다 보니 키 큰 잿빛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확실히 알려주는 간판은 없다. 외벽 위로 단순히 ‘817’이라 써진 사인이 전부다. 그나마도 소박한 모습이라, 얼핏 보면 단순한 건물번호 같기도 하다. ‘817’은 사실 이곳의 이름이자, 정체성을 나타내는 숫자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홈 스타일링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817 디자인 스페이스에서 2015년 문 연 카페인 것. 다분히 ‘힙스터스럽’게도, 음료를 주문하는 카운터는 넓은 창고 같은 공간을 지나야 만날 수 있다.
망원동에서 만난 사람들
허수완
박정란
임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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