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주목받는 음식 트렌드, 스프라우팅과 홀 푸드

조화로운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건강을 지키는 것,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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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보았던 시루에 담긴 콩나물. 작은 콩알에 불과했던 것들이 삐죽삐죽 머리를 내밀며 올라오는 게 어렸을 때는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그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에디터는 일상에서 다시 경험하고 있다. 할머니 댁에서 보던 볼록한 시루가 아니라 버리려고 모아두었던 우유팩을 이용해서다. 시중에서 구입한 콩나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적당히 아삭하고 쫄깃한 식감이 그때와 다르지 않다. 콩나물 기르기처럼 물을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채소, 식물의 싹을 틔우는 것을 스프라우팅(Sprouting)이라 한다. 이 스프라우팅 기법을 통해 영양은 물론 정서적인 측면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2017년의 주목받는 음식 트렌드이기도 하다. 스프라우팅을 통해 싹튼 식물은 항산화 물질뿐 아니라 비타민 B, A, 베타카로틴 등 인체에 이로운 성분을 많이 갖고 있다. 소화를 원활하게 하고, 노화와 비만을 막아주며, 면역력 강화, 나아가 암도 예방하는 대안 음식으로 대접받는다. 스프라우팅 방식은 소요 시간만 다를 뿐, 어떤 식물에나 쉽게 적용된다. 한되, 헬로네이처와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스프라우팅을 위한 곡물과 씨앗을 믿고 구입할 수 있으며, 깨, 무, 자주개자리(알팔파) 등의 씨앗, 병아리콩, 렌틸 등의 ‘슈퍼 콩,’ 그리고 아마란스, 퀴노아와 같은 ‘슈퍼 곡물’까지 선택지도 가히 무궁무진하다. 흔히 보는 씨앗과 콩과 식물의 꽉 찬 잠재력을 싹 틔워 더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스프라우팅이 아무리 쉬워도 싹 틔워 먹을 여력이 없다면, 가공이나 정제하지 않은, 혹은 최소화시킨 홀 푸드에 주목해보자. 홀푸드는 세계 2차대전 후 대중화된 가공식품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작됐다. 60-70년대 반문화 시대, 자연회귀운동과 함께 식품에 대한 생태적 관점이 부각됐고, 유기농 텃밭 가꾸기 등이 유행하며 홀푸드라는 세분시장이 형성됐다. 이후 80년대 후반, 홀푸드를 취급하는 소규모 상인들과 협동조합들은 그 규모가 점차 커졌다. 2000년가 되어  '홀 푸즈 마켓'과 같은 대규모 홀 푸드 상점들이 미국 여러 지역에서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시장은 계속 성장하여 트렌드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도 이태원에 위치한 스프라우트 매장을 통해 홀 푸드 식단을 실천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홀 푸드만 사용해 식단을 구성하는 도시락 매장으로, 얼마 전 전국 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스프라우트를 운영하는 영양사, 요리사 부부는 함께한 인도여행 중 영감을 받아 홀 푸드 식단을 실천하기 시작했고, 삶의 활력도 되찾았다. 그것을 계기로 캐나다에서 영양학 과정을 수료한 후 함께 디톡스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러던 중 참가자들에게는 건강한 요리법 실천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되어 직접 요리한 음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본업만큼 입 소문을 타 매장까지 열게 된 것이다. 바쁜 도시의 일상에서 홀 푸드 식단을 실천하는 방법? 사실 꽤나 많은 노력을 요하는 것일 수 있지만, 작은 것부터 바꾸어 나가면 그 효과를 분명히 볼 수 있다고 스프라우트 주인 부부는 말한다. 예를 들면, 정제설탕과 정제유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 대신 메이플 시럽이나 대추 시럽(집에서 간단히 만들 수도 있다)으로 단맛을 내고, 기름은 코코넛 오일과 올리브 오일을 사용한다. 홀 푸드 오일과 홀 허브 오일은 롯데 애비뉴엘 내의 식료품점 펙(Peck)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다양한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해 살 수도 있다. ‘홀 푸드가 주는 풍미와 포만감’을 경험한다면 조화로운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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