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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홍대’라고 불리는 시장은? 바로 동묘 벼룩시장이다. 관우를 모신 사당인 동관왕묘 주변에 형성된 빈티지 시장이다. 동묘역 3번 출구로 나와 30 초 정도만 걸으면 왁자지껄한 시장 초입, 사당의 돌담을 따라 청계천까지 하루 수백 개가 넘는 좌판이 늘어 서며, 구석구석 골목까지 구제 의류, 골동품, LP판, 잡화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빈티지 의류와 패션 아이템을 주로 파는 특징 때문인지 한껏 멋을 내며 걸어가는 이색 포스의 노인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백구두에 중절모는 기본, 레이스 달린 블라우스와 찰랑이는 금팔찌는 덤이다. 그렇다고 이곳이 ‘노인들의 천국’인 것만은 아니다. 의 한 멤버가 “샤넬과 루이 비통 부럽지 않은 패션 아이템을 득템할 수 있는 곳”이라며 치켜세운 후로 젊은 층에게도 인기다. 삼삼오오 동묘 앞을 어슬렁거리는 청춘들은 한 장에 천원이면 살 수 있는 좌판에서 옷을 고르기에 여념이 없고, 가을이면 야상을, 겨울에는 인조 모피를 쇼핑한다. 검은색 비닐봉지를 흔드는 사람들, 손수레 가득 ‘나만의 골동품’을 쌓은 채 돌아다니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빈티지 거리는 어느덧 서울 재래시장의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쇼핑을 할 때는 천원짜리 지폐를 넉넉히 준비해오는 것이 좋은데, 그래야 흥정이 편하다. 좋은 물건을 먼저 얻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장이 서는 시간에 맞춰 일찍 찾아가는 것도 방법. 참고로 동묘 벼룩시장은 주중엔 오후 2시부터,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일몰 전까지 장이 서며 매달 둘째, 넷째 주 화요일은 휴일이다.
화려한 눈요기 거리나 인테리어에서 오는 감상과는 다른 종류의 안정감을 주는 공간들이 있다. 홍대에 위치한 도자기 카페 줄(Jool)이 바로 그런 곳이다. 볕이 잘 드는 전면 유리창 안쪽으로 보이는 주방에서, 바리스타는 직접 담근 유자차를 주인이 만든 찻잔에 담아낸다. 카페 안쪽에 위치한 도자기 제조 공간에서 손님들의 채색을 거친 도자기에 유약을 칠하는 도예가 주인의 손길이 정겹다.
카페나 공방에서 도자기 페인팅 체험은 제한 시간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카페 줄은 2시간을 기본으로 하되 함께 온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차를 마시는 여유로운 시간을 허용하고 있다. 서울의 한복판에서 한 템포 느린 일상이 주어지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그러서일까,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은 2시간 반이 넘도록 머그잔에 파스텔 톤을 입히며 눈길과 온기를 나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채색을 완성하고, 가마를 거친 잔들을 이곳에 올 때마다 이용하는 것도 소소하지만 특별한 경험이다.
카페 줄에는 예약 후 도자기 체험을 위해 드나드는 손님이 대부분이나, 종종 차를 마실 목적으로 찾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카페로써도 마음을 끈다. 아늑하고 따뜻한, 요즘은 보기 힘든 홍대의 모습이다. 6년 동안 꾸준히 도자기 카페를 이끌어온 주인의 정성 어린 손길을 닮았다. 연말에는 가족과 함께 이곳에 들러, 화려하진 않지만 견고하고 그윽한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돈 없이는 재미있는 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당장 이 글을 보여주라. 돈이 있으면(그리고 물론 많다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겠지만, 돈이 없다고 해서 그것을 똑같이 누리지 못한다고 할 수 있을까? 서울에서 무료로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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