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 지란, 반려동물 타투이스트

"먼저 떠나 보낸 반려동물을 몸에 새기러 오시는 분들은 하나 하나 다 기억나요."

광고하는

본인의 반려동물을 소개해 주세요.

혁이는 지인이 1년 정도 키우던 고양이에요. 제가 20살 때 왔어요. 지금은 제가 28살, 혁이가 9살인데, 성인이 되어 독립하고 20대를 보내는 동안 모든 일을 함께 했어요. 힘들 때, 외로울 때 항상 옆에 있어줘서 큰 힘이 됐어요. 힘들 때 제가 혼자 울면 혁이가 위로해줘요. 옆에 와서 팔로 제 팔을 긁으면서 빤히 보는데, 그게 큰 위로가 돼요. 그런데, 올해부터는 혁이를 일본에 있는 어머니 댁에 맡기게 됐어요. 타투이스트 활동 때문에 한두 달씩 해외에 나가는 게 미안해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어머니께 맡기게 됐죠. 지금은 잠시 일본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슬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려 하고, ‘일본에 자주 오게 돼서 잘됐다’라고 말하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 혁이가 없을 걸 생각하면 막막하고 벌써부터 눈물이 나요. 서울 집에는 쥐(래트) 세 마리와 햄스터 한 마리가 절 기다리고 있어요. 쥐는, 진짜 쥐인데요, 보통 징그러워 하시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매력이 정말 많아요.

반려동물이 있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좋은 점은 힘들 때 힘이 된다는 거요. 반려동물과의 애정 어린 관계는 연인이나 가족 간의 사랑처럼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책임감이 없는 편이었는데, 반려동물을 키우고 나서 책임감도 생긴 것 같아요. 혁이를 부를 때 ‘우리 아들~’ 하고 부르는데, 사실 아들보단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광고하는

반려동물 타투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나요?

어릴 때부터 온갖 동물을 좋아했고, 전에는 동물병원에서 간호사 일을 했어요. 동물에 관심이 많아서 동물 그림을 많이 그리게 됐고요. 타투이스트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건, 제 몸에 혁이 타투를 새기면서부터에요. 지금은 몸에 새겨진 혁이만 10개가 넘어요. 가장 최근에 한 타투는 ‘원이’ 타투에요. 원이는 2015년에 갑작스럽게 하늘나라로 간 혁이 동생이에요. 타투를 보면 계속 슬플까 봐 못하다가 최근에 했는데, 잘한 일 같아요. 원이 타투를 보면 슬픔보다 좋은 추억이 더 많이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혁이도, 나중에 저보다 먼저 떠나더라도 타투를 보면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려동물 타투의 진행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예약을 통해 스튜디오를 방문하시면 이야기를 나눈 후 작업합니다. 반려동물 사진을 보고 성격도 여쭤보고요. 좋아하는 장난감, 음식 등 반려동물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함께 새기기도 합니다. 보호자가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혀도 귀여운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반려동물 타투가 있다면?

제가 동감을 해서 그런지, 먼저 떠나 보낸 반려동물을 몸에 새기러 오시는 분들은 하나하나 다 기억나요. 그리고, 고양이 일곱 마리를 키우시는 분이 있었어요. 형제들이라 외모와 성격이 너무 닮아서 한 마리, 한 마리 열심히 그렸었는데, 주인 분이 모두 누가 누군지 알아보셔서 정말 뿌듯했어요.

광고하는

서울에서 반려동물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집에서. 저도 ‘집순이’, 혁이도 ‘집돌이’에요. 집이 연남동인데, 집 앞 공원에는 산책 나온 강아지들이 많아요. 간혹 고양이도 있고요. 그래서 저도 시도해 봤는데요, 혁이는 밖에 나가는 걸 무서워해요. 집에서 혁이는 항상 제가 보이는 곳에 있어요.

서울에서 반려동물 키우기에 힘든 점이 있다면?

고양이라서 그런지 힘든 점은 없어요. 하지만 주변에 물어보면, 동물 키우는 게 허락되지 않은 집이 많아서 집 구하기가 힘들다고 해요. 비싼 집값에, 크기도 작아서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기가 불편하대요. 대중교통 타는 것도요. 이동 가방을 이용하더라도 대놓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정말 많나 봐요. 서로서로 이해해야 하는데, 귀 막고 욕하시는 분들도 많나 봐요.

반려동물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저는 혁이를 잃어버린 적도 있고, 혁이가 많이 아파서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적도 있어요. 혁이를 어머니 댁에 맡긴 후 혁이가 없는 생활이 두렵고, 혁이에게도 너무 미안해요. 그리고, 원이를 하늘나라로 보낸 후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책임질 수 있을지, 최악의 상황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또 고민한 후 반려동물을 데려왔으면 좋겠어요. 반려동물에게는 보호자가 삶의 전부에요.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추천작
    추천작
    추천작
    광고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