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한옥마을과 창덕궁 사이에 계동이 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에서부터 시작해 중앙고등학교로 이어지는 일직선 길이다. 이 길 끝자락에 위치한 중앙고등학교가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더했지만, 인근의 삼청동처럼 인파로 붐비지는 않는다. 북촌임에도 한낮에 길을 걸으며 여유를 부릴 수 있다. 해가 지면 계동은 주민들의 생활공간으로 바뀐다. 예스러운 느낌이 남아 있는 이곳의 골목골목에는 게스트하우스가 된 크고 작은 전통 한옥이 있고, 40년이 넘은 참기름집과 세탁소는 현재까지 성업 중이며, 미용실 또한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한다.
추억을 자극하는 공간들 사이사이, 몇 해 전부터 주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특색 있는 가게들이 자리를 잡았다. 2010년 문을 연, 영화감독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카페부터 올 3월 오픈한 소규모 독립 서점까지, 동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지난해에는 1963년에 지어져 1969년부터 사용된 북촌 최초의 대중 목욕탕인 중앙탕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쇼룸으로 바뀌며 한차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계동을 가로지르는 계동길을 걷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여 분. 도시의 호흡법은 잠시 내려놓고 알토란 같은 가게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계동을 산책해보자. 더불어 북촌한옥마을에 들러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