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단계
센터에 도착하면 세미나를 듣기 전에 영정사진을 먼저 찍는다. 어린 학생, 어르신 너나없이 모두가 사진가 앞에서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로 평등하다. 보정은 따로 없으므로 예쁜 영정사진을 위해 메이크업은 하고 가는 게 좋다.
센터에 도착하면 세미나를 듣기 전에 영정사진을 먼저 찍는다. 어린 학생, 어르신 너나없이 모두가 사진가 앞에서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로 평등하다. 보정은 따로 없으므로 예쁜 영정사진을 위해 메이크업은 하고 가는 게 좋다.
세미나는 정용문 원장의 개인적 이야기와 함께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들을 수 있다. 죽음이라는 소재가 다소 한국적인 정서로 해석되다보니 ‘가족’과 함께 이야기되는 부분이 꽤 많다. 때문에 공감이 가지 않거나 불편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러나 나의
죽음을 투영하는 데 있어서 ‘가족’과 ‘관계’는 거쳐가지 않을 수 없다. 중간중간 틀어주는 휴먼 다큐멘터리는 너무 많이 봐서 지루하긴 했지만.
세미나가 끝나면 영정사진을 받고 어두운 계단을 지나 죽음의 길로 간다. 이때부터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살아 있는 시체처럼 움직일 것. 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명상의 시간을 거친 뒤 유언장을 쓰게 된다. 막상 쓰려니 논문을 써도 모자랄 것 같은데, 시간이 부족해 하고 싶은 말을 다 쓰지 못했다. 각자 쓴 유언장을 읽게 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가족 생각이 나서 마음이 찡했다. 늙은 노부모와 같이 온 딸은 부모가 그만 싸웠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효과적인 화목 도모의 방법.
생각해보니 집에 있는 것들 중 아무것도 챙겨오지 못했다. 같이 묻히고 싶었던 콘탁스 카메라와 한정판 CD, 가족들이 준 편지가 있는데. 막상 관에 눕고 나니 그런 건 둘째치고, “연애라도 많이할걸”, 멀쩡한 육신에 후회가 들었다.
관 뚜껑이 닫히고 나서는 어둠 속에 누워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를 돌아보니 이대로는 못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 뚜껑이 다시 열리면 ‘회생’의 시간이다. 옆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다시 새 삶을 응원하는 시간을 가진다. 딱히 새로 태어난 것 같지는 않았고 유언장을 고쳐 썼다. 죽으면 인스타그램에 예쁜 사진으로 업로드해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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