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wery

맥주 마시러 떠난 여행

음성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목적은 브루어리 투어. 맥주를 마시는 게 여행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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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차에 올라타 내비게이션에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를 입력하니, 주소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우리, 유령 도시로 가고 있는 거 아닐까요?” 내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이날 아침엔 회색빛 하늘에 조금씩 비가 내렸는데, 우리가 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신들의 뜻인가? 어쩌면 서울에 그냥 있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원 근처에서 꽉 막혀 있던 도로를 벗어나니 갑자기 비가 그쳤다. 마치, 무슨 저주에서 탈출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우리 앞엔 탁 트인 도로와 아름다운 산, 그리고 충청도의 시골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우리는 먼저 브루어리에 있는 탭룸으로 향했다. 일행 중 아침을 먹고 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다들 배가 무척 고팠다. 이곳 탭룸에서는 피자와 소시지, 맥주 등의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크러스트를 얇게 해서 만든 피자가 맛이 좋았다. 맥주는 물론 훌륭하고. 피자 반죽에 양조장에서 직접 만든 허그 미(Hug Me) 맥주를 넣었다고 했다. 상큼한 시트러스 풍미가 매력적이며, 황금빛 색상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크래프트 맥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좋아 할 맥주다. 탭룸에는 다른 두 종류의 맥주도 구비되어 있었다. 미국식 밀맥주인 코스믹 댄서(Cosmic Dancer)와 비 하이(Be High)라는 인디아 페일 에일. 그렇다, 우린 늦은 아침식사로 맥주를 마셨다.
 
오후 두 시쯤, 마침내 양조장 투어에 나설 시간이 되었다. 투어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양조장 내의 위생 관리를 위해 신발에 파란색의 신축성 있는 비닐 커버를 씌우는 것이다(가급적 하이힐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곳은 내부에 휴대전화나 카메라를 반입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데, 사실 이 편이 차라리 안심이 된다. 하루 종일 삑삑거리며 울려대는 전화기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하루도 괜찮지 않은가. 옷은 양조장 내부의 온도에 따라 입고 벗을 수 있게 여러 겹을 겹쳐 입는 것이 좋다. 투어가 시작되면 맨 먼저 첫 번째 방에서 맥주 원료를 맛본다. 그 다음 재료들에서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보기 위해 꽤 더운 두 번째 방으로 이동한다. 그러고 나서는 재료에 효모가 더해지고 발효가 시작되는 방으로 가는데, 이 안은 또 춥다. 이 방에서는 맥주 탱크에서 갓 꺼낸 신선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우리는 갓 만들어진 허그 미를 한잔 마셨는데 나는 꼭 젖소에서 막 짜낸 우유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 마신 맥주는 냉장고에서 막 꺼낸 것처럼 차갑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나에겐 뭔가 더 신선한 맛이 느껴졌다.
 
우리는 브루어리의 몇 가지 투어 중 클래식 투어를 했다. 비어 긱 투어(Beer Geek Tour)는 MIT 출신의 엔지니어에서 맥주 양조자로 전향한 비어 마스터 마크 해먼 씨가 진행한다. 그는 세계의 여러 브루어리에서 일하며 그곳에서 컨설팅 업무를 맡아왔으며 가장 최근에는 일본의 히타치노 양조장에서 일했다. 클래식 투어가 끝나고 나서 그와 잠깐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음성이 양조장을 짓기엔 훌륭한 지리적 조건과 주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변에서 재배되는 복숭아나 생강 등을 맥주와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훌륭하다고. 내년에는 직접 홉을 재배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간다면 음성을 떠나기 전, 다른 곳들도 한번 둘러보면 좋겠다. 가볼 만한 곳으로는 1930년대에 프랑스 선교사들에 의해 지어진 빨간 벽돌의 아름다운 감곡 매괴 성당이 있다. 근처에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출생지도 있다. 물론 맥주를 마시고 나서 음주 운전은 절대 금물. 운전자들은 브루어리에서 맥주를 사서 집에 가져가거나 그도 아니면 한 달에 한 번 있는 ‘유 드링크, 위 드라이브(You Drink, We Drive)’ 투어를 해보는 건 어떨까. 서울로 갈 시간이 되자 다시 비가 쏟아진다. 이번엔 정말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서울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음,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투어 종류

클래식 투어 40분 정도 걸린다. 2만원 (맥주 한 잔 포함), 기념품 증정.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3시.

맥주 무제한 티켓 (B.I.P) 2시간 동안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의 생맥주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3만원. 현장 결제만 가능.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
충청북도 음성군에 위치. 박은희 마케팅 매니저는 그들의 목표가 넓은 공간과 널찍한 창고가 있는 양조장을 짓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 자체로도 방문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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