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하나당 게임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인데다가, 방도 달랑 3개.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좁은 대기공간은 평일 한낮부터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기다리는 동안 게임을 고르는데, 단체손님에게는 좀비물을 추천한다는 직원의 말이 새파란 하늘에 벼락처럼 귀에 꽂혔다. 함께 게임 속에서 팀으로 플레이 할 수 있으며, 헤드셋으로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미리 고백할 것이 있는데, 에디터는 심각한 ‘쫄보’다. 공포영화는 장르를 막론하고 싫어하는데다, 범죄나 스릴러물도 수상한 음악이 깔리면 가차없이 TV를 끌 정도. ‘왜 돈을 주고 머리가 없는 괴물에게 쫓겨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미 다른 두 명은 대흥분 상태. 할 수 없이 들어가 고글을 쓰는 순간, 눈 앞에 새까맣게 어둠이 내린 폐건물이 펼쳐진다.
고글 하나만 꼈을 뿐인데, 그 너머에는 별것이 다 있다. 외계인이 득실거리는 행성이 있는가 하면, 모래바람 쌩쌩 부는 그랜드 캐년의 협곡이 보이고, 굶주린 좀비가 떼로 달려들기도 한다. 공통점은, 무섭도록 현실적이라는 것. VR,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가상이면 가상, 현실이면 현실이지 가상현실은 뭐람? 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때, SF의 고전 < 매트릭스 > 속 모피어스의 명대사를 떠올려보자. 그는 네오에게 말한다. " 너무나 현실 같은 꿈을 꿔본 적이 있나? 그럴 경우 꿈과 현실의 세계를 어떻게 구분하겠나?" VR은 가상과 현실, 두 세계 가운데에 존재하는 세계다. 고글을 쓴 사용자는 자신의 오감을 이용해 공간과 시간을 체험하는데, 그에게 VR 속 세계는 ‘실재하지 않되 실재하는’ 세계가 되는 것. 가상의 상황이나 환경을 현실처럼 느끼게끔 하는 이 기술의 사용처는 다양하다. 병원에서 공포증과 우울증 치료에 사용하거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도슨트 대신 작품을 설명하는데 쓴다. 구호기구인 굿네이버스에서는 아프리카 난민의 실상을 간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VR의 짜릿함을 즐기기엔 게임만한 것이 없다. 롯데월드 지하 3층에는 17종류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VR 스페이스가, 시내 곳곳에도 소규모 게임방이 있다. 싸지는 않은 입장료를 내고, 저렇게 오래 기다려서 체험할 가치가 있을까? 그 의문, 에디터도 가졌었다. 그래서 소개한다. 타임아웃 서울의 에디터 세 명이 함께 방문한 홍대 VR 게임방 두 곳의 체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