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고 할 건 많다

“잠은 죽어서 자라.” 과격한 표현인가? 놀거리가 배로 많아지는 여름밤 일찍 잠드는 것은 유죄다. 서울의 여름밤을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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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이 뜨면 궁궐 문이 열린다

창덕궁은 밤에 더 아름답다. 상반기 창덕궁 달빛기행(종로구 율곡로 99, 02-762-8261)은 티켓 판매 시작 후 5분 만에 매진됐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20명이 한 조로 해설사와 함께 밤에 궁을 산책하는 프로그램인데 공연과 다과가 포함된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예매일과 관람일이 다르며, 외국인의 경우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투어가 진행된다. 8–10월 사이 15회 정도의 티켓도 곧 진행된다. 예약은 8월 초에 시작될 예정이다. 예매 전쟁에 자신이 없다면, 언제나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는 운현궁(종로구 삼일대로 464)으로 가자. 8월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9시까지 운현궁의 문이 열린다. 운현궁 내 이로당에서는 전통 공연이 열리기도 하며, 입장과 관람은 무료다. 덕수궁 내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중구 세종대로 99, 02-2022-0600)도 매주 수·토요일 9시까지 야간 개장을 한다. 전시도 보고 궁도 볼 수 있는 날짜다. (사진: 창덕궁 달빛기행, 한국문화재단)

2. 날이면 날마다 오는 쇼가 아닙니다

이들의 끼와 매력은 이미 지구를 벗어났다. 우주적인 쇼다. 평상시에는 술 마시고 춤추는 게이바로 운영되지만, 밤이면 화려한 트랜스 쇼가 펼쳐지는 이태원의 명소. 게이힐 안에 자리한 트랜스(용산구 우사단로12길 7)는 이미 트랜스젠더들의 립싱크 쇼로 유명하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 새벽 2시경 한다. 최근에는 트랜스보다 르 퀸(용산구 이태원로27가길 5, 02-493-5107)의 쇼가 더 입소문났다. 게이바로 드랙쇼(여장을 하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쇼)를 하기 전까지는 여자들은 들어갈 수가 없다. 목·금·토요일 3일간 영업하며 그중 금·토요일 새벽 1시와 3시 쇼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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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크서클이 내려와도 심야 쇼핑

동대문 새벽시장(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일대)은 여전히 올빼미 쇼핑족에게 흥미로운 놀이터다. 10시가 되면 하나 둘 나타나는 노란 천막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0번 출구부터 3번 출구까지, 그리고 DDP 뒤편을 둘러싼다. 만원대의 티셔츠, 바지, 양말 등을 살 수 있고,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 쇼핑몰 두타(두산타워), 밀리오레, 헬로APM은 소매로 구매하는 이들을 위한 쇼핑 장소이고, 지방에서 올라온 상인들로 북적이는 누죤, 유어스, 디자이너클럽 등은 도매점이다. 도매 쇼핑몰은 일반 가게보다 저렴하지만 낱장으로 팔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는데, 요즘은 경기가 좋지 않아 도·소매 모두 하는 곳도 있다. 밤 12시부터 시작해 새벽 3–5시가 조금 한가한 시간. 밤에 문을 여는 시장은 또 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초구 신반포로 194) 3층에 있는 꽃시장.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밤 12시부터 문을 연다. 12시부터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해 새벽 1시 정도면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한다. 수국, 작약, 안개꽃 등 꽃 속에 파묻혀 있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 차를 가지고 간다면 맞은편 상가 주변에 주차하는 것이 팁. 주차비를 안 내도 된다.

밤새 뭐하고 놀아요?

이태원과 홍대를 방황하는 20대 초반의 한 여성, 그녀의 7시간을 쫓았다.

8:30PM 집에서 준비하는 시간. 혼자만 튀면 안 되니까 주변 친구들에게 연락해 오늘 입을 의상을 체크했다. 낮보다 아이라인도 3mm 올리고!
 
9:30PM 밤새워 놀기에 앞서 배를 채우는 건 기본. 제일기획에서 한강진역 방향으로 2분쯤 걸어 내려가면 있는 심양에서 양꼬치와 칭타오 한 병 정도를 가볍게 비웠다.
 
11:00PM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때랄까. 클럽에 가기 밤새 뭐 하고 놀아요? 이태원과 홍대를 방황하는 20대 초반의 한 여성, 그녀의 7시간을 쫓았다. 전, 혹은 인사불성이 되기 전 친구들과 칵테일 한잔.
 
12:30AM 써즈데이 파티에서 다트 게임, 푸즈볼 게임을 하며 술 내기를 했다. 그리고 막 마셨다. 정신을 놓기 위한 단계. 클럽 가면 춤춰야 하니까 미리 술을 마셔둔다. 여기에서 30분 이상을 보내본 적이 없다.
 
1:30AM 나는 꾸러기들이 가는 데는 안 간다. 꾸러기가 뭐냐고? 춤 안 추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 내가 춤추면 시선이 집중되는 곳. 브랜누를 시작으로 럭스, 브라운을 갔다. 세 곳은 가야지. 브랜누는 노래가 괜찮아서 간다. 근데 오래 있지는 않고 바로 럭스로. 럭스는 DJ의 컨디션에 따라 편차가 큰데, 오늘은 이거랑 별개로 누구 생일 파티를 하는지 정신이 없어서 별로였다. 오늘 브라운 노래는 딱 내 스타일. 요즘 알앤비랑 올드 스쿨 힙합이랑 섞어서 잘 튼다. 사람들도 춤추든 안 추든 별로 상관 안 하고. Cool! Chill!
 
3:30AM 브라운에서 큰길 쪽으로 나오면 있는 돈수백에서 돼지국밥 한 그릇. 돼지국밥, 진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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