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카페 골목’이 한창 유행할 때가 있었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와 쌍벽을 이루며 오렌지족과 젊은 청춘들이 밤새워 놀던 곳이었다. 지금은 이름도 무색하게 잊혀진 그 카페 골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로운 길이 뜨고 있다. 서래마을과 방배동 카페골목의 중간쯤에 숨어 있는 좁은 ‘사이길’이다. 좀 더 설명하자면, 방배동 함지박 사거리에서 서래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대로에서 한길 안쪽으로 들어서면 된다. 개인 작업실과 소규모 갤러리가 모여 있던 이 조용한 길은 수공예 공방과 가게가 촘촘히 자리 잡은 좁은 길로 변모했다. 서울이 SPA 브랜드숍과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열광하는 동안, 350m의 한가닥 길에 모인 예술가들은 삼삼오오 뜻을 모았다. 그렇게 ‘사이길예술거리조성회’가 이루어졌고, ‘사이 좋은’ 커뮤니티가 구축되었다. 2012년 5개의 매장으로 시작한 단체는, 현재 37개의 브랜드와 매장이 함께하고 있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사이길의 매장과 외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함께 모여 ‘사이데이 마켓’도 연다. 소규모 비즈니스와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사이길이 다른 상권과는 차별화되는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지닌 것은 이처럼 소규모로 운영되는 브랜드와 매장들이 튼튼한 지역 커뮤니티를 이루며 이타적인 발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좋은 재료, 좋은 디자인, 좋은 사람만 생각하는 이들이 모여 정직한 창작물과 먹거리를 만드는 이곳에는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 소소한 정성이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