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얼마나 휘겔리(Hyggelig)해?” 덴마크인들은 모임을 갖기 전 종종 이렇게 묻는다. 번역하자면, “거기 얼마나 포근한 자리야?” 정도의 뜻이다. 휘겔리(Hyggelig), 휘게(Hygge), 덴마크에서 흔히 쓰는 이 단어들은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리고 ‘인생의 좋은 것들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늦은 아침 친구들과 함께하는 브런치, 혹은 향초를 켜고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어떤 ‘순간’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순간이 그렇게 특별한 게 아니라는 것이 포인트다. 그 점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다(2016년 UN조사). 1인 연소득은 7000만원에 가깝고, 복지수준도 선진국답게 높다. 하지만 덴마크인의 행복 비결이 이런 안정된 복지나 높은 소득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의 저자인 마이크 비킹은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진짜 이유로 ‘휘게’를 꼽았다. 다소 거창해 보이는 표현과 달리, 덴마크인들의 인생을 ‘휘겔리’하게 만드는 것은 일상적으로 느끼는 소소한 기쁨에 있으며, 이렇게 소박한 것들을 발견하는 마음가짐에서 온다는 것이다. 벌어도 벌어도 쉽게 늘지 않는 수입이나 국가 제도, 비리, 청결도 등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 하나만 잘 다스리면 된다는 관점 때문에, 누구나 일상적으로 실천하기 쉽다는 점 때문에 ‘휘게’는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올랐다. 영미권에서는 휘게에 관한 책들이 앞다투어 출간되었고, 여러 트렌드 전문가들도 ‘휘게’를 2017년의 중요한 키워드로 꼽고 있다.
일상 속에서 휘게를 찾는 법, 물론 서울에서도 가능하다. 따뜻한 분위기의 후거 벤 레스토랑에서 진짜 덴마크인들처럼 그들의 음식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만나볼 수도 있고, 동네의 편한 단골 바에 찾아가 따뜻한 뱅쇼 한잔을 마시며 스스로를 위로할 수도 있다. 좋아하는 향을 찾을 때까지 맡아보고 사온 향초 하나로 집안을 향기롭게 바꿀 수도 있고, ABC 쿠킹 스튜디오의 홈파티 클래스를 배워보고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준비해볼 수도 있다. 1박2일 혹은 당일치기 국내 여행으로 휴식과 활력을 얻는 것도 어렵지 않다.
‘휘게’라는 단어가 영어의 ‘허그(Hug)’와 연관 있다는 설을 들어보았는지? 도처에 있는 평범한 것들을 우리의 삶 속에서 감싸 안을 때, 그리고 우리 자신을 스스로 친절히 안아줄 때 실천할 수 있는 것이 ‘휘게’인 것이다. 아늑함과 정겨움의 순간을 발견하고 수용하는 것, 나아가 그것을 통해 얻은 통찰을 관계를 통해 실천하는 것. 춥고, 어둡고, 음울한 계절에 덴마크인들이 발견한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