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한옥마을이니까 한옥에서 묵고 싶었다. 인터넷으로 수십 군데를 찾아봤지만 ‘무늬만 한옥’인 곳이 많았다. 그러던 중 학인당을 찾게 됐다.
한옥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택. 1908년에 지은 이 문화재에서 숙박이 가능한 줄은 몰랐다. 사실 이곳은 다른 관광지처럼 오며 가며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대문은 항상 닫혀 있고 숙박 이외의 방문 역시 예약을 해야만 가능하다. 공간이 지닌 의미와 역사를 이해하고 존중한 뒤 찾아와주기를 바라는 백낙중 선생(조선시대의 만석꾼이자, 학인당의 설립자)의 후손이 정한 선택이다. 본채, 사랑채, 별당채 중 내가 택한 곳은 별당채. 머무는 내내 한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혼자 거닐고, 마루에 멍하니 앉아 있어도 눈치 볼 일이 없다. 처마 사이 부는 바람을 느끼며 차를 홀짝이는 순간에도 오래된 것들이 새롭게 느껴졌다.존중받는 전통은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구나. 근대식 타일로 개조된 소박한 화장실, 조선시대 백자부터 빛바랜 이미자 LP가 함께 보관되는 다락방 보물창고가 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