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과 뚝섬은 이미 공원이나 유원지로 유명한 동네다. 그렇지만 얼마전부터 이곳에 새로운 움직임이 감돌기 시작했다. 사실 이곳은 몇 년 전부터 연예인들이 입주한 주상 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부동산 시장의 ‘핫 플레이스’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해말 사회적 기업인 ‘루트 임팩트’가 본사를 이곳으로 옮기며 진행한 ‘서울숲 프로젝트’ 덕에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주요 지역인 성수1가 2동이 주거지역 이상의 의미를 갖기 시작한 것. 사회적 기업, 지역 소상공인, 주민들과 함께 사회적 도시를 개발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동네가 상업 지역으로 전락하는 걸 막고, 지속성 있는 지역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은 서울숲 인근에 수십여 개의 소셜 벤처 기업과 사회적 기업이 모여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장소도 늘어나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낮은 건물, 오래된 주택과 아파트 사이에 터를 잡고
자신만의 색을 입히고 있는 젊은이들의 얼굴은 지나칠 수 없는 존재다. 패션의 메카라 불리는 압구정동, 신사동 대신 이곳에 작업실을 낸 패션 디자이너부터 할머니들이 재배한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수익을 재분배하는 식당의 ‘소녀’ 사장까지. 구구절절, 사연 없는 사람은 입주하지 못하는 법이라도 있는 걸까. 알고는 지나치기 어려운 뚝섬과 서울숲 골목길의 매력적인 이야기들. 잔잔하고 묵묵하게 길을 걸어가는 이들의 서울숲은 어느 때보다 푸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