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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이태원에는 '볼 것'이 정말 다양하다. 터키 아이스크림 좀 먹어보라며 막대에 걸린 아이스크림 콘을 들이미는 아저씨도 (처음에는) 재미있고, 술 취한 외국인들이 팝송을 떼창하는 모습도 (내가 기분 좋으면) 인상적이다. 딱 붙는 나시를 입은 남녀들이 가장 많은 동네이기도 하며, 이색적인 바와 펍도 서울 어느 곳보다 밀접하게 자리해 있다. 핑퐁 치고, 수제 맥주 마시고, 이국적인 안주를 먹을 수 있는 곳은 모두 이태원에 있다.
이름만 보고 진짜 당구장을 생각한다면 좀 곤란하다. 구슬모아당구장은 대림미술관이 운영하는 프로젝트 전시 공간. 실제 당구장이기도 했던 공간을 전시장으로 바꾼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갤러리 한쪽에는 구슬모아당구장의 마크인 당구대와 점수판이 놓여 있다. 직접 당구를 치는 게 아니라, 작가의 개성에 따라 바뀌는 당구대를 보는 것이 하나의 재미. 규칙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전시가 주를 이룬다. 가구, 패션, 음악, 시 오프닝 등 장르를 넘나드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가 흥미로운 곳.
현재 이태원에서 가장 트렌디한 클럽이 아닐까 싶다.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외국 클럽 같은 분위기로 해외 유명 아티스트가 자주 찾는다. 힙합, 일렉트로닉 장르가 두루두루 공존하며 매주새로운 콘셉트의 파티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음악을 좋아하는 패션 피플들이 자주 찾으며, 어두운 창고 같은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지금 서울에서 가장 핫한 클럽 중 하나인 케익숍(Cakeshop)의 주인들이 이태원에 또 다른 클럽&라운지 바를 냈다. 이름은 피스틀(Pistil). 여느 라운지 바와는 다르게 직접 DJ를 초청해 음악을 트는데, 이는 지금까지 케익숍이 고집해온 음악적 특별함과 같은 연장선에 있다. 케익숍 주인들이 하는 곳인 만큼 음악 부분에 있어서는 믿고 갈 만하다.
호화로운 조명과 가구 그리고 온통 유행하는 음악만 흐르는 뻔한 클럽에 지친 사람은 집중하라. 편안함을 강조한 분위기와 인테리어 그리고 색깔 있는 음악을 갖춘 클럽이 있다. ‘베톤 부르’다. ‘베톤 부르’는 불어로 ‘노출 콘크리트’라는 뜻이다. 콘크리트를 의미하는 ‘베톤’에 천연, 원시적, 가공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부르’가 더해져 별도 마감재를 시공하지 않고 콘크리트의 거친 물성을 그대로 드러낸 마감 방식, 베톤 부르. 클럽 베톤 부르가 어떤 곳이냐 묻는다면, 이름 그대로를 답해주면 된다. 좋은 건 다 가져다 놔서 부담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아닌, 웨어 하우스같이 러프한 인테리어와 어두운 조명으로 마음 편히 누구든 놀 수 있는 곳. 주 연령층이 20대지만 간혹 40대까지 찾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오해 말자. 그렇다고 ‘물’이 안 좋은 건 절대 아니니까. 다만, 다른 곳에 비해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클럽임은 확실하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플로어가 두 개로 나누어져 있다. 작은 플로어 메종느와와 큰 플로어 메종루즈는 복도를 사이에 둔 각각 독립적 공간으로 메종느와에서는 베이스 뮤직, 덥스텝, 트랩을 메종루즈에서는 테크노와 테크 하우스를 들을 수 있다. “여러 콘셉트와 다양한 음악이 좋아서 나눠봤어요. 음악 취향에 따라, 그날 기분에 따라 마음껏 이동하며 즐기면 돼요.”뿐만 아니라, 사장이자 디제이인 큐엔에이는 베톤 부르를 클럽 외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한다. 클럽으로 오픈하기 전, 오후 8시~10시에는 재즈나 어쿠어스틱 팀의 공연이나, 평론가 이대화의 음악 관련 강연 등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리고 있다. 관련 일정은 베톤 부르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쪽으로 치우친 신에서 소수가 만들어나가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답 나오지 않나? 썸 타고 있는 이성이 있다면 이태원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베톤 부르로 향하자. 강연이나 공연을 관람하며 '난 음악을 그냥 즐기지 않아. 제대로 듣지'라는 식의 아는 척 좀 하자. 플로어가 클럽으로 바뀌면, 술 한잔하며 그 또는 그녀와 어두운 조명 속에 몸을 맡기자. 게임 오버.
주말 오후의 이태원은 수많은 인파가 한데 뒤섞인 지난날의 명동을 떠오르게 한다. 해밀톤 호텔 뒷골목에서 발전한 상권은 우사단로와 경리단길을 지나 해방촌까지 이어지며, 반대쪽인 한강진역 부근도 편집숍 비이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점이 분포한다. 모두가 대로변 주변으로 뻗어나가는 숍에 관심을 가질 때, 한강진역 주변 낮은 지대의 골목길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태원에서 한강진역 방향으로 길을 걷다가 제일기획을 지나 차도에서 한 길 안쪽으로 들어서면 곽호빈 대표의 ‘테일러블’ 여성 매장까지 이어지는 짧은 내리막길이 나온다. 예전 ‘스티브제이앤요니피(Steve J&Yoni P)’의 매장이 위치하던 ‘대사관로 5길’과 ‘이태원로 54’길이 맞닿아 T자를 이루는 이곳이 바로 한남동의 새로운 골목길. 아직은 주말에도 앉을 자리가 남아 있는 이곳의 카페와 레스토랑은 사실 인스타그램에서 서울 아가씨들에게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핫스팟’이 한 집 건너 한 집씩 위치한 곳이다. 작은 길에서 작게 시작한 브랜드가 모여 있는 이곳은 다행히도 메인 상권이 들어서기에는 좁은, 입지가 작은 골목이다. 개성 있는 가게들이 언제 또 인파에 잠식당할지 모르니 주말을 이용해 방문해보자.
이태원 우사단로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은 1976 년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문을 열었다. 멀리서도 보이는 사원의 독특한 외관은 우사단로의 중심이자 상징이다. 이슬람 교도가 아닌 이상 사원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푸른빛 계열의 색상과 화려한 아라베스크 문양의 입구만으로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사원을 방문하는 이슬람 교도들이 이 주변을 드나들면서 자연스럽게 이슬람 식당이 생겨나게 되었다. 현재 한국의 무슬림 인구가 20만을 육박한다고 하니, 이곳에 밀집해 있는 이슬람 식당이 그다지 많은 수는 아니다. 이 이국적인 동네에 속속들이 문을 연 디자이너들의 공방과 카페를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주말 이태원의 유동 인구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다. 이태원 소방서를 지나 천천히 우사단로를 오르다 보면 살람 베이커리를 시작으로 양 길가에 이집트, 레바논, 터키, 인도 등 다양한 이슬람 레스토랑이 이어진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이 식당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입구에 붙은 할랄 마크. 가장 처음 문을 연 할랄 레스토랑인 ‘쌀람’부터 작년에 문을 연 한식당 ‘마칸’까지, 이태원 언덕 위의 이슬람 도시는 서울에서 할랄 레스토랑을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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