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과 꽉 막힌 한강 다리를 지날 때면 가끔 나와는 전혀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하얀 물체가 보인다. 바로 한강에 유유히 떠있는 요트들. 저 안에는 날 때부터 부유하거나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타고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나 적정 가격으로 한강에서 얼마든지 요트를 대여해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요트를 만날 수 있는 시설은 크게 두가지다. 중대형 시설을 갖추고 있는 마리나급의 시설과 맴버십 위주로 구성되어있는 클럽이다. 그 중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요트 투어를 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곳들이 있다. 회원가입 없이 간단한 예약만으로도 투어 참여가 가능한 곳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 마리나 클럽&요트다. 서울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마리나이며 서울요트협동조합에서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에는 27피트, 31피트의 세일링 요트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며칠 여유를 두고 예약한다면 파워보트도 즐길 수 있다. 럭셔리 파워보트를 예약하고 싶다면 1주일 전에 예약할 것을 추천한다. 요트 투어는 주로 합정 인근의 한강에서 여의도 인근과 밤섬을 주위에서 이뤄진다. 낮에는 신비로운 밤섬과 서울 시내를 볼 수 있어 매력적이며, 저녁에는 아름답게 빛나는 여의도의 고층 빌딩가의 야경과 한강 다리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여의도 인근에서는 꽤나 다이나믹한 세일링을 즐길 수 있다. 마리나에는 한강을 바로 앞에서 바라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시설이 있다. 요트의 여운을 즐기면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수도 있다.
강남에 위치한 대표 클럽으로는 반포에 위치한 700요트 클럽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클럽으로, 역시 요트 투어를 제공하며, 파워보트도 체험이 가능하다. 반포를 중심으로 선셋 투어와 반포 다리 분수쇼를 감상하는 투어가 대표적이다. 요트 내부에 케이터링이 제공되는 패키지 투어가 있으니 요트 위에서 여유로운 식사를 하고 싶은 커플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두 곳에서는 모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승선하는 투어와 예약자만 승선하는 프라이빗한 투어가 각각 준비되어 있다. 저렴하게 즐기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투어를 신청해보고, 지인들과 함께 오붓하게 좀 더 자유로운 항해를 선호한다면 요트 전체를 빌리는 것을 추천한다. 가격에도 차이가 있으니 예약시에 확인하길 바란다.
그 이외에는 소셜이 중심이 된 요트 투어도 있다. 에어비앤비 트립 중 하나인 ‘한강 세일보트 라이드 앤 피크닉(Han River Sailboat Ride and Picnic)’으로 전세계에서 모인 외국인과 함께 한강에서 세일링 요트를 체험한다. 참가자들은 자기 소개와 함께 서울을 여행한 경험을 나눈다. 요트 투어가 끝나면 한강 인근 혹은 야외 레스토랑에서 함께 피크닉도 즐긴다. 여행작가인 필자가 호스트가 되어 직접 요트를 운행하고 있다. 4월에서 10월까지 한달에 두번 트립이 진행되며, 서울 마리나 클럽&요트에서 출발한다.
대부분의 마리나와 클럽들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불편하다. 택시도 주말 저녁에는 잡기가 쉽지 않으니 이점 참고하길 바란다. 마리나에 셔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요트는 서울을 가장 멋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요트 위에 오르면 한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서울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곤 한다. 게다가 엔진을 끄고 바람의 힘으로만 항해할 때에는 땅 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유를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풍경은 여전히 바쁜 서울이지만 내가 서있는 이 강 위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하다.
요즘은 친절하게도 저렴한 투어 상품이 많다. 도시 생활이 무료하고 팍학하게 생각될 때에 굳이 멀리 가지 않고 한강에서 요트를 빌려 잠깐만이라도 풍요로운 휴식을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최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