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숲
PHOTOGRAPHS: MICHELLE JY PARK
PHOTOGRAPHS: MICHELLE JY PARK

함양 숲여행, 숲을 보러 갔다

경남 함양에 상림이라는 숲이 있다. 오직 그 숲을 보러 함양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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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함양까지 고속버스를 타면 약 3시간 20분이 걸린다. 열차는 다니지 않으니 다른 선택은 없다. 함양은 경상남도에 있지만 전라북도와도 맞닿아 있다. 함양에 간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이 친구 고향이 함양이군’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서울을 떠나기 전, 함양에 대해 여행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함양에 있는 상림에 가고 싶었다. 상림은 1100년 전 사람의 손으로 만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신라시대 최치원이 조성한 곳이다. 지난해 아트와 음악 작업을 함께해온 장민승과 정재일은 이 최초의 인공림인 상림을 관찰하고 기록한 애플리케이션 ‘상림’을 내놨다. 늘 상림에서 ‘상림’을 듣고 싶었던 터라, 나중에 꼭 한번 함양에 가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함양 가는 길

여행 코스
첫째 날
상림→지안재·오도재→서암정사→정일품명가
둘째 날 개평마을·일두고택→함양시외버스터미널

가는 길
이동수단 고속버스(편도 1만8000원, 동서울종합터미널)
소요시간 3시간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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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림으로 가는 길

함양은 한적한 시골 읍내의 모습 그대로다. 여행의 목적지인 상림은 숙소가 있는 지곡면 개평마을에서 군내버스로 10분을 달린 뒤 다시 10분을 걸어가면 된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다면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위치다. 숲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제멋대로 가지를 뻗은 나무들이다. 인공숲이라지만 천 년의 시간 동안 자연으로 돌아간 상림은 당연히 사람의 손길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뭇가지들은 잘 정돈된 길을 따라 천막을 치듯이 하늘을 가렸다. GPS와 지도를 이용해 어느 위치에 다다르면 그 장소를 위해 만든 음악이 자동으로 재생된다던 ‘상림’ 애플리케이션은 어쩐 일인지 작동되지 않았다.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눌러야 음악이 흘러나왔지만, 상림에서 ‘상림’을 느낀다는 것은 특별했다. 숲의 냄새, 숲의 바람 그리고 숲의 노래가 안에서 교차했다. 상림은 함양읍민에게는 일상의 공간이다. 상상 속 비밀의 숲은 아니었지만 언뜻 들리는 사람들의 말소리마저 배경이 되는 곳이다.

TIP 1. 애플리케이션 ‘상림’ 장민승과 정재일이 상림을 보고 작업한 영상과 음악 다섯 곡이 담겨 있다. 와이파이를 통해서만 다운이 가능하니, 미리 받아놓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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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풍경을 만나다

함양에서 상림이나 개평마을을 가려면 군내버스를 타거나 도보로 쉽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숙소에서 추천한 서암정사를 가려니, 콜택시를 부르는 수밖에 없었다. 서암정사는 지리산 큰 줄기 위에 자리 잡은 곳. 비로전, 산신각, 사천왕문 등 사찰의 이곳저곳을 지키고 있는 불상들은 암벽을 깎아 만든 것으로, 다른 곳에서는 거의 본 적 없는 풍경이었다. 30분 동안 택시를 타고 달리며 만난 풍경들은 아름다웠다. 구불구불한 지안재, 오도재에서 본 파도처럼 겹겹이 밀려오는 산. 어제도 서울에서 온 손님을 싣고 달렸다던 기사님은 자꾸만 차를 세워 밖으로 내몰았고, 그게 싫기는커녕 고맙기만 했다.
 
함양은 안동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이곳 역시 양반과 한옥의 고장이다. 예부터 ‘좌 안동, 우 함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여기서 ‘우 함양’은 지곡면 개평마을을 뜻한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인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향으로, 개평마을에 있는 문화재 중 하나인 일두고택은 선생 사후 후손들에 의해 1570년대에 지어졌다. 일두고택을 필두로 마을에는 100년 이상 된 한옥이 60여 채 있다. 일두고택의 대청마루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유난히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함양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상림을 보기 위해 시작한 여행이지만, 자연 속에서 느긋하게 보낸 1박2일은 행복했다. 오후 2시 50분 서울남부터미널로 향하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빌 브라이슨의 ‘여행이란 어차피 집으로 향하는 길’ 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마음에는 따뜻한 상림의 풍경 하나를 새겼다.

TIP 2. 서암정사 가는 길 서암정사는 오고가는 데만 택시로 약 1시간이 걸린다. 요금은 총 4만5000원. 택시를 대절하면 5시간에 10만원대.

하룻밤 보낸곳

  • Hotels
지곡면 개평마을에 위치한 정일품명가는 일두 정여창 선생의 16대손인 정도상 대표가 운영한다. 2012년 ‘할아버지’의 후손으로 일두 정여창 선생을 알리고 전통 문화를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고향에 내려와 이 한옥 숙박 사업을 시작했다. 개평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이곳의 정원은 자연이다. 밤에는 서울에서 볼 수 없는 무수히 많은 별이 하늘 위에서 감동시킨다. 2명에서 최대 20명까지 묵을 수 있는 13개의 객실이 있으며, 이곳에 포함된 한식당은 숙박하지 않는 사람들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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