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jeong street bicycle

합정과 상수의 뒷골목 동네

당인리 발전소가 있는 합정과 상수 사이의 뒷동네에는 트레이닝복 입은 주민들이 걸어 다니는가 하면, 무심한 듯 한껏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모이는 아지트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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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당인리 발전소’. 1930년대부터 가동해온 이 발전소 일대는 오랫동안 조용한 주거지였지만, 2010년에 앤트러사이트가 들어오고, 빈 브라더스가 잇따라 ‘공장형’ 카페로 문을 열면서 주택 사이사이에서 외지인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멀리 사는 친구를 불러 동네 탐방을 해도 좋을, 멋진 동네로 변신 중. 한쪽에 당인리 발전소의 높은 벽과 맞은편의 낮은 집들이 마주하는 토정로를 걷자. 푸른 나무가 빼곡히 심어진 이 길에는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젊은이들과 강아지와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러 나온 동네 주민들이 공존한다. 그 길을 따라 합정역 방향으로 가다 보면, 1800년대 가장 심하게 박해받은 천주교인들을 기리는 절두산 천주교 성지와 양화나루 유적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예술가들의 아지트, 심지어 근처 YG사옥의 소속 뮤지션들까지 힙한 카페에서 만날 수 있는 곳. 2017년에는 당인리 발전소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안에 생태공원까지 생긴다니 이 동네의 변신은 이미 예언된 셈이다.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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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러사이트
앤트러사이트

970-80년대 신발 공장을 ‘반쯤’ 개조한 커피숍은 부서진 벽면조차 ‘멋지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무것도 없을 법한 토정로 거리를 변화시킨 동네 터줏대감. 꾸질꾸질함과 거친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외관을 지나 1층에 들어서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컨베이어벨트가, 그리고 그 뒤에는 허름한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가 있다.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도 좋지만, 가게에 진동하는 커피 향을 진하게 들이켜고 싶다면 그라인더로 바로 갈아 만드는 에스프레소를 추천한다. 고심 끝에 주문을 마치면,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만 남는다. 요란하게 흔들리는 진동벨 같은 건 이곳에서 취급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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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브라더스
빈 브라더스

밤 산책을 나온 동네 주민들과 얼굴 측면으로 인사를 하다 보면 나오는 흰 창고 같은 건물. 밤 늦게까지 노란빛을 내뿜는 이곳은 거대한 유리문을 낑낑대고 밀고 들어가면 1층과 2층을 탁 튼 매장 곳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솔직히 쿠키나 빵 같은 메뉴는 특별할 게 없지만, 수석 바리스타들이 이름을 걸고 내놓는 핸드드립 블렌드는 믿음직스럽다. 빈 브라더스가 가장 빛을 보는 시간은 북적북적하지만 결코 시끄럽지 않은 밤. 벽이 어둑하게 익으면 그 위에 현란한 비디오를 틀고, 식사 후 커피와 못다 한 대화로 입가심을 하는 낯선 이들의 대화 소리는 빈 브라더스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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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륙
무대륙
무대륙 (‘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김근아 씨와 두 명의 동료 인디 뮤지션들이 시작한 레스토랑이다. 최근 무대륙은 창고를 개조한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했다. 공장 느낌의 흰 벽체, 시멘트 바닥의 넓은 공간은 아티스트적 느낌이 충만한 홍대의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종종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일도 있지만 주가 되는 문화 행사는 지하에 있는 콘서트 홀에서 열리는 실력파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이다. 1층의 카페는 이 콘서트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으니, 친구 몇 명과 함께 사먹고 마시며 공연을 기다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좋은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무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쉐어링보드’ (나무판 위에 다양한 메뉴가 조금씩 담겨 서빙된다)를 주문하면 보드 한 개 당 2,000원의 후원금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국내 빈곤 가정 아동을 돕는 지원 사업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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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고집
당고집
화장을 곱게 한 소녀들이 친구와 함께 몰려오는 일본식 디저트 카페. 한입에 쏙 들어오고도 남을 오밀조밀한 당고(100원 동전만 한 가래떡을 꼬치 형태로 막대에 꽂아 소스 등을 올린 디저트)와 벚꽃 앙금을 얹은 핑크빛 빙수를 판다. 직접 쑨 팥과 녹차, 딸기, 간장, 캐러멜, 콩가루. 당고에 올릴 수 있는 소스는 막상 하나만 고르려면 뇌가 지끈거리니, 적어도 친구 한 명을 데려가는 것을 추천한다. 작은 테이블에 오밀조밀하게 앉아 빙수 한 그릇에, 당고 세트를 시켜 나눠 먹으면 방치해놓았던 소녀스러움이 폭발할지도 모른다. 물론 아껴뒀던 수다도 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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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샘 파트너스
3샘 파트너스
당인리 발전소에 새로 생긴 베이글집. 6개월 동안 가게를 닫았다가 한 달 전쯤 다시 빵을 굽기 시작했다. 크림 치즈를 듬뿍 얹은 베이글 한쪽은 포장해 아침을 해결하기 좋지만, 높은 천장에 세련된 잿빛으로 물든 내부에 들어서면 없던 시간을 내, 잠깐 쉬었다 가는 여유를 부리고 싶어진다. 앤트러사이트와 비슷하게 (두 곳 다 같은 디자이너가 공간 디자인을 맡았다) 1층에서 주문을 하며, 2층에는 선선한 바람에 햇빛은 따뜻한 테라스석이 있다. 쫄깃쫄깃한 베이글을 선호하는 뉴욕파라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치즈를 올려 구운 볼케이노 베이글은 웬만한 빵보다 두껍고 폭신하다. 베이글은 따뜻하게, 그리고 스프레드는 올리브로 시켜보기를.  

Dr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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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
만평
운치 있고 낭만 있는 동네에서 소음을 내고 싶었던 DJ 두 명이 차린 음악 바. “이 친구 음악이 마음에 들어서 쫓아다녔어요.” 같은 시대에 활동하고, 이제는 10년 지기 친구인 대표 양승용이 DJ 뽀삐를 가리키며 말한다. 토정로에서 만평을 찾는 법은? 파란색 배경에 핫핑크로 ‘만평’이라고 쓰인 간판을 찾아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철문을 여는 순간 오색의 레이저 불빛과 펑키한 비트가 한꺼번에 흘러나와 입장부터 어깨가 꿈틀거린다. 신청곡은 핑크색 포스트잇에 적어 턴테이블에 붙이면 틀어주지만, 10년 동안 모아온 LP 컬렉션에 없는 곡이면 “적당히 비슷한 노래로 틀어주거나, 그냥 안 틀어준다”는 사실. 오픈 첫날 당시 맥 컴퓨터 화면에 돼지 머리를 스크린 세이버로 띄우고, 입에 돈을 붙여 ‘디지털 고사’를 올린 만평의 주인장들. 이들은 주문 시 30초 안에 나오는 칵테일과, 60년대부터 최신 인디 음악까지 너그럽게 트는 선곡만큼이나 재미있다. 그리고 만평은 주인을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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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머리
크래머리
생긴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수제 맥주집은 ‘클래식’에 대한 고집이 있다. 무슨 말이냐고? 지금 미국 맥주로 들썩이고 있는 이태원과 강남에서 벗어나, 비교적 인기가 없는 독일 스타일 맥주를 판다는 것. 안산에 있는 양조장의 유일한 직영 매장이어서 그런지, 맥주는 다른 곳보다 저렴하다. 거품과 탄산감이 풍부하고, 마시기 편한 맥주 네 가지 중 인기 메뉴는 밀맥주인 바이스 비어. 비어 칵테일로는 이곳의 매니저인 바바가 배즙과 바이스 비어를 배합해 ‘꿀맥주’ 맛을 자연스럽게 내는 헤레네가 있다. 베이컨과 사워크림을 올린 바삭한 플람쿠헨(독일식 피자)도, 마요네즈가 들어가지 않은 감자샐러드 또한 바바가 요리 좀 하는 동네 오빠처럼 담백하게 만들어준다. 겨울 즈음에 나올 흑맥주가 특히나 기대된다.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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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이펙트
베로니카 이펙트
그림을 그리는 음대생이 글 쓰는 여자친구와 동화책을 수집하다 즉흥적으로 시작한 그림 책방. 원래는 함께 동화책을 내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어찌됐건 유승보는 지금 취미로 ‘어둡고, 폭력적인’ 그림을 그리고, 밴드 ‘더 포니’에서 베이스를 치며, 나머지 시간에는 책방에서 워크숍을 연다. “손으로 만들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것.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만드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유승보가 수업을 들으러 온 수강생들에게 바라는 점. 주인 둘이 선별한 그래픽 노블과 그림책을 통해, 취향을 찾거나 구하기 어려운 해외 그림책을 건질 수 있다. 에디터는 이날 어릴 때부터 찬양하던 닥터 수스의 “You’re Only Old Once!”를 헌책으로 구입했다. 어른이 되는 것도 생애 한 번이라니, 만원에 위로를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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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레트로
라레트로
1920-70년대 옷과 주얼리를 구경하고, 큰맘 먹으면 그릇 같은 살림까지 장만할 수 있는 빈티지 숍. “보통 빈티지는 그냥 입으면 사이즈가 큰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돈이 들더라도, 나만의 옷을 위해 투자할 준비가 된 20대 후반 여성들에게 추천합니다.” 라레트로의 임경의 대표가 주는 조언이다. 일하는 직원 빼고는 가게에 진열된 모든 물건을 판매하고(직원이 입은 옷도), 마네킹 뒤에 숨겨진 계단을 오르면 80년대 미국 할머니가 결혼식 때 한 번 입고 간직한 웨딩드레스도 대여할 수 있다. 눈만 맞으면 평생 옷장에 두고, 아껴 입을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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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밧
아크로밧
도로시가 마법의 구두를 찾고 있었다면 환장했을 숍. 탄탄한 소시지처럼 튼실하고 우직한 굽, 화려한 색, 그리고 굵은 스트랩이나 태슬로 멋을 부린 신발이 아크로밧의 특징이다. ‘관상용 신발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는 철학을 갖고 있지만, 온 벽을 도배한 수제 신발은 희귀 피규어처럼 자랑스럽게 진열해놓아 신어보기 미안할 정도다. 하지만 보기와 다르게 편한 착용감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는 곳. 평소 무채색의 옷차림에 탄산 같은 변화를 주고 싶었다면, 뭉툭한 코가 매력적인 아크로밧의 신발을 추천한다. 묵직한 굽이 주는 안정감과 다리 길이는 신발 주인만 아는 고마운 비밀이다.  

합정 주민의 동네 자랑

동네 할아버지

이 동네에 산 지 50년이 넘었다. 오랫동안 수제 신발숍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놀고 먹고 공부하는 백수다(노는 게 일하는 것보다 더 바쁘다). 당인리발전소 거리야 예전과 크게 다를 건 없지만, 요즘 커피를 마시러 온 젊은 친구들이 부쩍 많아졌다. 물론,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낄 곳은 못 되지만. 눈치도 보이고, 커피값도 너무 비싸다. 그래도 상수동은 다른 번화가에 비해 공기도 좋고, 교통도 편하고, 주변에 주택이 많아 조용해서 좋다. 한강도 바로 옆이라서 자전거를 자주 타고 다닌다.”

제니퍼 코니그(이화여대 학생)

“한국에 산 지 벌써 7년이 넘었다. 원래 연남동에 살았는데, 사람도 많고 복잡해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모두 오래된 건물이지만, 각각 다르게 생겼다는 것이 이 동네의 매력이다. 한강과 가까워서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 그런지 가게도 애완견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한강이지만 카페 또한 이 동네의 큰 자랑이다. 집과 가까워서 빈 브라더스에 자주 가는데, 컴퓨터를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가 있고(매우 중요하다), 커피 리필도 받을 수 있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집세가 올라가긴 했지만, 가능하면 여기서 쭉 살고 싶다.”
 

합정과 상수 사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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