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서 오이소박이는 절대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진고개의 오이소박이는 가능하다. 정식 차림 메뉴에 ‘오이소박이정식’이라는 이름이 버젓이 올라 있다. 매장이 문을 연 1963년부터 내려온 오이소박이는 시원하고 새콤하고 아삭하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오이소박이는 찾는 이가 많아 매일 담그는데 손님의 취향에 따라 그날 바로 내거나 이틀 정도 지나 적당히 익었을 때 낸다.
‘프리마김치’는 벽제갈비에서 따로 주문해야 하는 배추김치다. 나트륨 성분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김치의 1/3 정도로 적은 것이 특징이다. 3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해 적은 양의 소금으로 배추를 고르게 절였다. 허연 색깔이 말해주듯 맛도 맵지 않고 깔끔하다. 강한 맛의 배추김치에 길들여진 입맛이라면 조금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갈치김치는 비리지 않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김장할 때 손가락 두 개 정도 굵기의 갈치를 토막 내 배춧잎 사이에 끼운다. 김치 속 갈치가 숙성되며 더욱 깊은 감칠맛을 낸다. 갈치는 뼈까지 삭아 식감이 쫀득하다. 김치가 술을 부른다.
이재호 매니저의 어머니가 집에서 담근 백김치를 판다. “저는 어릴 때부터 먹어서 잘 모르겠는데, 드신 분들이 맛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몽로에서는 피클 대신 이 김치를 낸다. 식사에 방해가 되지 않게 간을 살짝 뺀 것을 제외하고는 그가 집에서 먹는 김치 그대로다. 무채, 대추채, 잣 등의 소를 넣고 어머니의 손맛으로 버무린 김치는 3~4일 후 적당히 익으면 손님에게 낸다.
당신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보쌈김치가 아니다. 배의 속을 파서 그 안에 배추, 무 등을 넣고 배춧잎으로 감쌌다. 라연은 모든 코스 요리에 배 보쌈김치를 낸다. 일주일간 배 안에서 적당하게 익은 배추와 무는 아삭하고, 살얼음이 언 국물은 더욱 시원하다. 짜거나 시지 않다. 배에서 자연스럽게 단맛이 우러나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 전 입맛을 돋우기에 좋다.
‘오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개성식 오이소박이 물김치다. 오이에 소를 박아 담근 물김치인데, 국물이 동치미 국물처럼 맑은 게 특징이다. 물김치는 익으면서 오이가 말캉하게 무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김치는 국물과 오이를 따로 담근 듯 오이가 무르지 않고 아삭하다. 맛은 도드라지지 않고 심심하다. 그 심심하고 시원한 맛이 좋다. 개성집의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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