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친숙하기에 외면받았던 한식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개화옥은 시대를 앞서간 한식당이었다. 2004년 젊은이들이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일리 커피에 빠져있을 때 허름한 골목길 한 구석에 둥지를 튼 개화옥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한식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세련됐지만 절제미가 있고, 소박하지만 정갈했다. 그런 개화옥이 2010년 신사동에 새로운 공간을 오픈했다. 이전보다 규모는 더 커졌고, 인테리어는 좀 더 모던해졌다. 규모가 커진 만큼 따뜻함은 조금 사라졌지만 방짜 유기에 정성스럽게 담긴 음식과, 기본 상차림으로 내오는 옥수수와 구운 마늘은 여전히 반갑다. 육회, 차돌박이와 채소무침, 불고기 등이 대표메뉴인데, 그 중에서도 개화옥의 맨 얼굴과 같은 된장국수를 추천한다. 멸치로 낸 육수에 된장을 풀어낸 맑은 된장국에 투박한 면이 들어가는데,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소박한 국수에 자꾸 손이 간다. 한식과 와인의 궁합을 특히 좋아하는 이들이나, 특별한 모임 혹은 외국인과 식사 계획을 하고 있다면 추천한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은 한우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불에 살짝 스친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은 순간, 어떤 고기도 그 맛을 따라 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길거리 흔하게 널린 게 고깃집이만 그 생각을 들게 하는 곳은 많지 않다. 부드러운 육질과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을 자랑하는 곳들을 모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