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역 5번 출구, 메인 도로에서 한 골목 들어서면 염리동이 시작된다. 대학교 주변의 번화한 상가나 옆 동네 아파트 단지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구불구불한 골목에는 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오래된 주택과 옛 간판을 그대로 사용한 상점들을 만난다. 재개발로 풍경이 변한 다른 지역과는 달리 염리동은 1980년대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염리동 골목 언덕에 위치한 ‘태양문구’는 30년째 한자리다. 다닥다닥 붙은 연립주택도 80년대에는 인기가 많은 집이었을 것이다. 염리동은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의 모습이 아니다. 주말에 관광객들로 발 디딜 곳 없는 동네와도 거리가 멀다.
좁고 복잡한 골목길은 해가 지면 으슥한 골목으로 변했다. 범죄를 우려한 서울시가 2012년에는 범죄 예방 프로젝트를 만들어 새롭게 디자인까지 했다. 으슥한 골목길에 노란색으로 칠한 가로등과 안내판을 세우고 걷기 코스인 ‘소금길’도 만들었다. 현재 소금길은 주민을 위한 안전 지킴이 역할뿐 아니라 외지인이 염리동을 찾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 소금길을 찾은 사람들이 곱게 칠해진 벽과 바닥의 그림을 카메라에 담는다. 지금 염리동은 또 한번 변하고 있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둥지를 튼 공간이 하나 둘 생겼다. 15년 된 이전 상점의 간판을 그대로 달고 있는 여행 책방 ‘일단 멈춤’이 대표적이다. 독특한 동네 분위기와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새로운 공간을 꿈꾸는 청년들이 이곳에 모여들고 있다. 투박한 동네에는 왠지 모를 편안함과 안도감이 배어 있다. 오래된 문구점과 작은 책방, 소금길 등 햇살 좋은 날 염리동 골목골목을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