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겸 감독인 노아 바움백을 만났다. 그가 뉴욕 최고의 식당이라고 꼽는 웨스트 빌리지의 ‘바 피티(Bar Pitti)’에서였다. 그는 특이할 정도로 편해 보였다. “저는 아주 규칙적인 사람이에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그가 코르크 마개를 따면서 말했다. 잘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에 블레이저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브런치를 먹기 위해 작은 이탤리언 식당을 찾은 멋쟁이 같았다. 사실 리가토니 파스타 냄새가 진동하는 이 식당은 바움백 감독이 글을 쓰는 작업실이기도 하다. 그의 오랜 친구인 웨스 앤더슨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영화 “스티븐 지소와의 해저 생활”(2004)의 대사를 이곳에서 썼다. “최근에 기내에서 고독한 영혼(In a Lonely Place)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극 중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Paul’s’라는 곳이었나? 아무튼 험프리가 자기 소유의 공간에 자주 갔어.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마치 거기에 있는 상상을 했지.”
그의 가장 최근 코미디 영화인 “위아영”은 바움백 감독의 다른 작품과 달리 자신감 넘치는 중년들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린버그”(2010)와 “프란시스 하”(2012)에서 보여지는 특유의 감수성을 버린 것은 아니다. 두 영화에는 모두 바움백과 사업적으로 그리고 삶의 파트너이기도 한 도발적인 여배우 그레타 거윅이 주인공으로 나온다(“프란시스 하”에서는 감독과 함께 각본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 그녀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조금 더 순탄하게(?) 흘러간다. 영화 “위아영”의 배경은 어퍼 웨스트 사이드와 힙스터 동네인 부시윅을 부지런히 오간다. 영화의 주인공인 조쉬와 코넬리아(벤 스틸러와 나오미 와츠)는 애가 없고 아이패드 등의 최신 IT 기기에 중독된 부부로, 자유로운 힙스터 커플 다비와 제이미(아만다 사이프리드와 아담 드라이버)를 우연히 만나 급격히 우정을 쌓아간다. 감독은 서로에게 지나치게 익숙해진, 그럭저럭 잘 지내는 커플에 초점을 맞춘다. 주인공인 40대는 자신들이 진작에 버린 것들을 즐기는 20대를, 20대는 40대의 여유를 부러워한다. 그러다 누가 누구를 부러워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진행된다. 세대 간의 차이에서 오는 감정과 묘한 관계를 감독은 감각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통찰한다. 바움백 감독이 그 관계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했다.
사람이 자신의 나이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는 정확한 시점이 있을까?
있다. 어쩌면 그게 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걸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나 결정적인 무언가가 그 정확한 시점을 알려주는지는 나도 알 수 없다.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뭔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처럼 그 시점이 드라마틱하게 드러나면 좋겠지만, 사실은 무척 일상적인 순간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획기적인 터닝 포인트를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영화에서 그 모든 중간 과정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영화에서 말하려고 하는 건, 인생에는 분명 터닝 포인트가 있지만, 그건 인생이 알려주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알아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순간들이 언제 나타나는지를 자각하는 게 필요하다. 이건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는 것일 뿐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당신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감독인가?
스스로에게 그런 타이틀을 붙이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가 LA에서 “그린버그”를 찍다가 “프란시스 하” 때문에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다시 뉴욕에 대한 영화를 찍은 그때는 드디어 내가 해야 할 것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내가 뉴욕에서 두 번째로 찍은 “프란시스 하”는 흑백 영화였다. 흑백으로 찍으면서 뉴욕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어릴 때 뉴욕에서 살던 유년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기도 했고.
당신에게는 과거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가?
최근 모든 영화에는 나의 과거가 반영되어 있다. 어떤 정확한 소재나 이야기를 통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내가 10대에 경험했거나 시도하려고 한 것들이 모델이 되어 영화화됐다. “프란시스 하”는 프렌치 뉴 웨이브의 요소, 그리고 뉴욕에서 흑백 영화를 촬영한 짐 자무시와 스파이크 리에서 영감을 받았다. “위아영”은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성장 영화다. 크게 보았을 때는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방식이나 성인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부분에서 “투씨”와 “워킹 걸” 그리고 “브로드캐스트 뉴스”와 같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들은 진짜로 재미있다. 우디 앨런의 영화처럼 확실히 재미있다. 나는 80년대 영화나 혹은 그 이전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는 일단 흥미를 느낀다. 영화 속에서 뉴욕의 길모퉁이만 봐도 마음이 설렌다. 영화까지 좋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건 덤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과거의 향수에 젖어 사는 사람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나는 계절이 변하는 것을 보거나 차에서 휘발유 냄새를 맡을 때도 여러 감정에 휩싸인다. 그것은 마들렌 냄새를 맡을 때 향수를 느끼는 것과 같다. 나의 영화적 아이디어는 이러한 감수성에서 나온다. 내가 만든 모든 영화는 어린 시절 경험에서 느낀 무언가를 말하려고 한 것 같다.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여러 영화에서 X세대에게 똑같이 비판적이었다. 이러한 세대를 너무 걱정하는 거 아닌가?
“위아영“에서 벤은 자의식이 무척 강한 캐릭터이다. 영화에서 내가 만든 캐릭터들은 확실히 자의식이 강하다.
부시윅에 가기도 하나? 아니면 그냥 부시윅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농담인가?
(웃음) 당연히 간다. 브루클린에 친구들도 사는데. 하지만 부시윅은 내가 자라온 이전의 브루클린과는 다르다. 누구나 사람들은 자신이 살았던 장소나 동네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곳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거기에서 빠져나오기를 원했던 그런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 말이다.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 마흔다섯 살의 내가 좋다. 어릴 때 원했던 것들을 하고 있고, 아직도 잘하고 싶은 것들이 있고, 나이가 들면서 많은 것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창조적일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느낀다. 나는 열정적이고 무언가를 더하고 싶다. 많은 부분에서 나는 내가 영화 속 제이미 같다고 느낀다. 나는 요즘 호랑이처럼 뭔가 다 삼켜버릴 것 같은 열정으로 산다. 나에게는 이러한 풍요로운 감정이 중년에 찾아온 것이다.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20대에 올 수도 있겠지만.
영화 평론가들이 “위아영“이 우디 앨런의 영화를 연상시킨다고 하는데, 당신은 그 사실을 알고 있나?
사실 어떠한 비평도 읽지 않기 때문에 모른다. 누군가 읽어보라고 해도 나는 아마 2년 후쯤에나 읽을 것 같다. 비평에서 뭐라고들 하나? 사람들은 “프란시스 하“도 우디 앨런 영화 같다고 생각했다. 나의 모든 영화 경력을 통틀어 항상 어느 정도는 그 이야기를 들어왔다. 나는 늘 그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브루클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우디 앨런은 나의 영웅이었으니까.
진짜로 비평을 안 읽는가? 당신의 어머니가 영화 평론가였는데도? (어머니는 “빌리지 보이스“ 지의 조지아 브라운이다)
인터넷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있어서 한 가지 주제만 읽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읽지 않는다.
트위터도 역시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만약 트위터를 한다면 나는 이야기를 멈추지 못할 것이다. 아마 6시간에 걸쳐 쓸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트위터는 너무 짧고 일시적이다. 하지만 지난번 허리케인 때 우리 집 전구가 전부 나간 적이 있다. 당시 그레타는 트위터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속 뉴스를 확인했다. 그런 때는 유용한 것 같더라.
당신은 그레타와 어떻게 균형 있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나? 영화감독과 연인으로서의 감정을 균형 있게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나?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녀와 영화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이 만들 것이다. 그 영화들은 내 것인 동시에 그녀의 것이기도 하다. 나는 그것들이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에 대한 구상이나 영감이 모두 당신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게 문제가 될까?
내가 더 젊었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별로 문제가 안 된다. 지금은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다. 내가 처음 영화(“키킹 앤 스크리밍(Kicking and Screaming)“)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너무 많은 아이디어가 머리 안에 있었다. 나는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그것이 그때는 약간 벅차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편하다. 나는 지금 몇 편의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일을 힘차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다.
글 Joshua Rothko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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