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에 정성껏 길들여지면 나오는 특유의 빛이 있다. 하동관에 가면, 그 은은하게 반짝이는 빛의 실체를 맛으로 눈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청계천 뒷골목에서 70년을 이어오던 가게는 재개발로 철거됐지만, 주인장은 명동으로 이전하면서 줄곧 써 온 나무 대문과 식탁도 고스란히 옮겨왔다. 오랜 단골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다. 하동관의 곰탕은 몸이 허할 때나 마음이 헛헛할 때 찾게 된다. 방짜 유기에 고기와 토렴(밥에 뜨거운 국물을 붓고 따르기를 반복해서 밥을 데우고 국물 맛이 밥에 배도록 하는 것)한 밥을 가득 넣고 한우로 정성껏 우려낸 담백한 국물을 부어 뜨끈하게 낸다. 대파를 올리고 휘휘 저어 한입 후루룩 뜨는 순간, 입안으로 들어간 모든 것들이 나에게 "수고했어"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곰탕 먹는 중간에 "깍국 주세요!"라고 외쳐보자. 깍국은 하동관에서 통용되는 깍두기 국물의 줄임말이다. 새콤하고 알싸한 깍국을 곰국에 넣으면 개운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늦은 오후면 곰국이 다 떨어져 4시 30분 이후로 장사한 날이 없는 오래된 맛집이다. 안 먹어본 사람만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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